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만두의 유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울산한마음복지재단
작성일20-04-08 15:46 조회1,472회 댓글0건

본문

[ 만두의 유래 ]


삼국지 “남만 정벌 때 포로의 목숨 살린 만두”

고려사 “병든 아버지 구하려고 빚은 효자만두”

 

만두의 유래에 인간미가 넘치는 까닭은 옛날 만두는 먹으면 죽은 사람도 되살아날 것처럼 귀하고 좋은 음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만두의 유래는 전쟁이 만들어낸 결과다.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 때 포로의 목숨을 구하려고 하늘까지 속여 가며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 삼국지, 다시 말해 나관중의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를 읽은 한국과 중국, 일본인들은 만두의 유래를 이렇게 알고 있다.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을 끝내고 군사를 돌려 철수를 하는 도중 노수라는 강에 도착했다.

갑자기 일진광풍이 몰아치며 하늘이 어두워지고 풍랑이 거세게 일어 군대가 강을 건널 수 없게 됐다.

 

괴이하게 여긴 공명이 현지 원로에게 하늘이 돌연 노한 이유와 도강하는 방법을 묻자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노해서 그런 것이니

마흔아홉 명의 사람머리를 베어 제사를 지내면 바람이 잔잔해지고 풍랑이 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그동안 전쟁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전쟁이 끝난 지금 더는 살생을 할 수는 없다며 밀가루를 반죽해 사람 머리 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에 소와 양고기를 채워 강물에 던져 제사를 지냈다.

그 결과 노수의 강물이 잔잔해져 군사들이 무사히 강을 건넜다.”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만두의 유래다. 만두(饅頭)라는 한자도 오랑캐의 머리인 만두(蠻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두를 진짜 제갈공명이 만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소설이 아닌 역사책 ‘삼국지’에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나관중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창작한 내용 같지만 사실 그것도 아니다.

삼국지가 나오기 200년 전, 송나라 때 ‘사물기원’이라는 책에 만두는 남쪽 오랑캐의 머리를 대신해 만들었다고

한 이야기를 각색해 소설 속에 슬쩍 끼워 넣었다.

만두의 유래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교자만두가 만들어진 배경으로 역시 삼국시대 때의 의사인 장중경이 만들었다고 한다.

위촉오 삼국의 전쟁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추운 겨울이 닥치자 동상에 걸려 귀가 떨어져 나갔다.

백성을 가엾게 여긴 장중경이 귀 모양으로 만두를 빚어 뜨거운 국물과 함께 나눠 줬는데

사람들이 뜨거운 만둣국을 먹고는 속이 따뜻해져 더는 동상에 걸리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게 됐다.

교자만두의 유래 역시 민간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속설일 뿐이다.

우리나라 만두도 인간적이다.

우리 기록에 나오는 최초의 만두는 12세기 말,

고려 중기인 명종 때 ‘고려사-효자열전’에 보인다.

“위초는 본래 거란에서 귀화한 사람으로 명종 때 벼슬을 했다.

그의 아버지 영성이 병이 나서 위독해지자 의사가 ‘아들의 고기를 먹으면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위초가 스스로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잘라 다른 재료와 섞어서 만두를 빚어 부친께 먹이니 병이 나았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효심이 지극하다며 상을 내렸다.”

제갈공명은 포로의 목숨을 구하려고, 장중경은 불쌍한 백성을 살리려고,

고려사에서는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려고 만두를 만들었다.

만두에는 왜 이렇게 하나같이 진한 인간미가 깃들어 있을까?

이유는 만두의 출현 시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옛 문헌에 만두라는 음식이 처음 보이는 것은 삼국시대가 끝난 직후인 3세기 무렵이다.

진나라 사람 속석이 쓴 ‘병부’라는 글에 나오는데 진나라는 삼국이 통일된 후,

사마염이 조조의 손자 조환에게서 강압적으로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아 세운 나라다.

그러니까 제갈공명 사후 약 50년 무렵에 만두라는 음식이 문헌에 등장한 것이다.

사실 제갈공명과 장중경이 살았던 한나라 말기, 즉 삼국시대는 중국에서 밀가루 음식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시기다.

이 무렵 물레방아가 발명되면서 밀가루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됐는데,

여러 문헌을 종합해 보면 만두도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본다.

만두에 생명을 구하는 휴머니즘이 담긴 까닭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3세기 무렵, 보통 사람들은 주로 수수나 기장, 지금은 잡초로 취급받는 피 따위의 거친 음식을 먹고 살았다.

이랬던 당시 사람들이 곱게 빻은 밀가루 반죽에 고기를 싸서 먹는 만두를 보고는 아픈 사람도 병이 낫고,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 돌아올 정도로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설날 만두도 이와 관련이 있다. 좋은 음식은 하늘과 조상께 먼저 바치고 먹는 것이 기본이다.

만두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새해 제사에 올리는 음식이었다.

만두의 유래를 적은 사물기원에도 “정월 하늘에 올리는 제사에 만두를 제물로 바쳤다”고 했다.

만두라는 음식을 처음 기록한 병부에도

“봄의 시작은 음양이 교차하는 시절로 이런 계절에 잔치를 열고 만두를 빚는다”고 적었다.

음양이 교차하는 계절은 바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때로

새해가 시작되는 음력 정월 초하루를 뜻하니 바로 설날이다.

이날 만두를 빚어 하늘에 바치고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며 한 해 동안 풍요롭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소원했던 것이다.

제갈공명이 남쪽 오랑캐의 목숨을 구하려고 만들었다는 만두의 유래 속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뿐만 아니라 진정한 휴머니즘과 인류 공동의 소망이 담겨 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