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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백두대간에서 三道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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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한마음복지재단
작성일22-10-12 09:57 조회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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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백두대간에서 三道가 만나다

현경숙 입력 2022. 10. 12. 08:00
                
충청, 전라, 경상의 접경..삼도봉

 

삼도봉에서 본 김천 방향 풍경[사진/조보희 기자]           

 

(김천 영동 무주 = 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돼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 중심 산줄기다. 약 1천400㎞에 이른다. 산줄기는 태백산에서 분기해 소백산맥을 이룬다. 소백산맥은 추풍령(해발 221m)에서 잦아들었다가 경상, 충청, 전라의 경계가 되는 민주지산(珉周之山, 1,241.7m)에서 다시 솟구쳐 오른다. 민주지산 봉우리 중 삼도(三道)가 만나는 지점은 삼도봉(1,176m)이다. 3개 도(道)의 경계를 이룬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경상·충청·전라가 만나는 백두대간 봉우리 '삼도봉'

'삼한 이래 삼도봉을 사이로 촌락을 이루어, 한때는 독립된 국가로서 자웅을 겨루기도 하였고, 세시풍속 또한 달랐으나 백성들은 인정을 연연히 이어 왔으며, 국난 시에는 3道의 구심점으로 결속의 장이 되어 왔었다.' 삼도봉 정상에 있는 삼도 대화합 기념탑에 새겨진 글귀이다.


삼도봉은 경북 김천시, 충북 영동군, 전북 무주군에서 오를 수 있는데 김천 부항면 해인리에서 시작하는 길이 1.2㎞로 가장 짧다.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을 끼고 오르는 몇 갈래 길은 왕복에 6~7시간 걸린다. 깊은 골짜기 속 원시림을 가로지르는 물한계곡은 태풍 후 물이 불어나 한층 장대한 느낌을 줬다.

 물한계곡 물줄기[사진/조보희 기자]           

 

해인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거리가 짧은 대신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돌계단이 많았다. 탐방로 시작 지점과 중간에 '산삼약수터'가 있었다. 두 약수터 이름이 같은 것은 물줄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리라.


험준한 오르막길에서 마른 목을 축이는 청정 약수 한 모금은 그 이름처럼 귀하게 느껴졌다. 약수터는 부항댐으로 흘러드는, 제법 큰 하천인 부항천의 발원지였다.

약수터에서 시작된 가는 물줄기가 산기슭을 타고 내려가며 곧 큰 계곡을 만드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기만 하는 길을 반쯤이나 걸었을까 싶을 때 전망대가 나타난다. 울창한 산과 산 사이, 골짜기에 자리 잡은 해인리 마을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였다.


이어 해인리, 중미마을, 삼도봉 쪽으로 길이 나뉘는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는 삼도봉과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있었다. 마침내 백두대간 능선에 올라서니 안도감과 기쁨이 몰려온다. 능선을 걷는 재미는 산행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사방으로 트인 시야가 답답한 가슴까지 열어준다. 길은 대체로 경사가 심하지 않아 편안하고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삼도봉 아래 산삼 약수터[사진/조보희 기자]           

 

정상에는 1990년 세워진 삼도봉 대화합 기념탑이 있었다. 삼도봉과 민주지산 일대는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였으며 삼도가 만나는 곳으로, 각 도의 사투리와 풍속, 습관 등이 확인된다는 설명이 표지판에 씌어 있었다.


무주군, 영동군으로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는 산길들이 보였다. 나뭇잎이 져 산이 옷을 벗는 겨울이면 남북으로 길게 연결되는 백두대간 능선 길이 삼도봉 정상에서 보일 듯했다.

 삼도봉 대화합 기념탑[사진/조보희 기자]           

 

삼도봉 탐방 때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내습했다. 안개에 휩싸인 산은 과객에게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에 젖은 숲의 고요만이 높고 깊은 산의 웅장함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태풍이 물러가자마자 다시 삼도봉에 올랐다. 산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맑게 갠 하늘과 더할 수 없이 잘 어울리는 산뜻함과 경쾌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백두대간을 사랑하는 등산객들을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매료하는 삼도봉은 하루 이틀 사이에도 놀라운 변신으로 탐방객을 사로잡았다.


'내가 최고야'…김천·영동·무주의 명승

삼도에 걸친 만큼 삼도봉은 주변에 많은 경승을 끼고 있다. 대표 관광지로 김천 직지사, 영동 월류봉, 무주 덕유산을 꼽을 수 있다. 세 지역을 돌아보면 풍광, 지형, 작물의 다채로움을 확인하는 데 더해 말씨, 음식, 인심 등 문화 차이를 실감하는 재미가 있다.


 라제통문과 계곡[사진/조보희 기자]           

 

민주지산을 중간에 두고 자동차로 세 시·군을 한 바퀴 돌았다. 거리가 120㎞쯤 되는 것 같았다.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라제통문을 서너 차례 통과했다. 굴처럼 생긴 라제통문은 구천동 계곡의 1경이기도 하다. 라제통문에서 덕유산까지 이르는 계곡은 기암괴석과 소(沼)가 멋스러운 지질 명소다.


3도를 돌면서 안개 낀 티베트를 떠올리는 정갈한 산촌을 발견하고, 맛깔스러운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비싸지 않은 값에 파는 흑돼지 음식촌도 만났다.


삼도의 풍습이 다른 것은 자연 지형에 막혀 세 지역이 단절됐기 때문일 것이다. 도로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역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대에 세 곳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어우러질지 궁금하다.

 김천 직지사 대웅전[사진/조보희 기자]           

 

직지사와 사명대사공원

천년의 미소를 머금은 직지사는 김천의 랜드마크이지 싶다. 신라가 불교를 공인하기도 전인 418년에 고구려 출신 승려인 아도화상이 세웠다.


임진왜란 때 의승병을 이끌어 왜병을 물리쳤고, 전쟁 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인 포로 3천여 명을 구출해 송환한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이기도 하다. 일주문, 비로전과 함께 임진왜란 때 불타지 않은 3대 건물인 천왕문 앞에 널찍한 바위가 있다. 부모를 여읜 소년 사명대사가 직지사를 처음 방문해 이 바위 위에 누워 잠든 것을 나중에 스승이 되는 신묵대사가 발견했다고 한다.


대웅전 불상 뒤에 모셔진 석가여래삼불회도는 조선 영조 20년(1744)에 그려졌다. 300여 년이 지났지만 보존 상태가 뛰어났고, 녹색 계통의 색감이 참배객에게 안정감을 주는 걸작이었다.


 미로 화단 모양으로 만든 화엄일승법계도[사진/조보희 기자]           

 

신라 의상대사가 지은 법성계를 도장 문양으로 만든 화엄일승법계도가 예쁜 화단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미로 같은 법계도를 따라 걸으며 법성을 발견하고 불성을 회복하라는 의미가 담긴 곳이다.


직지사에 심어진 20여만 주의 꽃무릇이 붉은 꽃을 피우기 시작해 가을을 알리고 있었다. 사명대사공원과 직지문화공원이 직지사 바로 옆에 있다. 5층 목탑인 평화의 탑, 조각 작품들, 시립박물관, 백수문학관, 세계도자기박물관 등이 두 공원에 있다. 직지사 권역은 흔치 않은 큰 관광지였다.


 초강천이 휘돌아가는 월류봉[사진/조보희 기자]           

 

달이 머물다 가는 월류봉

영동군에는 한천팔경과 양산팔경이 아름답다. 한천팔경은 월류봉과 관련된 여덟 경승지를 말한다. '달이 머무는 봉우리'인 월류봉은 해발 약 400m로, 동서로 뻗은 능선을 형성하는 6개 봉우리로 이뤄졌다.

 

월류봉은 높지 않지만, 직립에 가까운 절벽이 경외감을 안긴다. 초강천이 절벽을 휘감아 돌며 흘러 절경을 연출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 초강천은 성난 탁류처럼 세차게 흐르고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는 급류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탁류는 곧 깨끗하고 맑은 물로 바뀔 것이다. 잔잔해진 초강천을 내려다보는 월류봉 절벽에 달이 걸리는 밤의 정경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사진/조보희 기자]           

 

영호남을 굽어보는 덕유산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덕유산은 무주의 자부심이라 할 만하다. 무주리조트에 설치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1,525m)에 도착한 뒤 20여 분 걸어 올라가면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 이른다.


덕유산은 겨울 설경이 장관이지만, 그 웅대함은 계절과 상관없이 탐방객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다. 향적봉에 오르면 지리산 천왕봉, 남덕유산, 진천 마이산, 완주 대둔산, 공주 계룡산, 금산 서대산, 합천 가야산과 황매산까지 보인다.


향적봉에서 1㎞ 남짓 능선을 따라 걸으면 중봉(1,594m)에 이른다. 중봉 아래로 드넓은 덕유평전이 펼쳐져 있었다. 아고산지대인 능선 부근에는 파란색 투구꽃, 분홍빛 산오이풀, 흰색 구절초 등 가을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산오이풀[사진/조보희 기자]           

 

끊임없이 부는 거센 바람을 이기고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가냘픈 야생화들이 안쓰럽고 대견하다.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자연 시계의 속도는 도시가 아닌 산에서 훨씬 잘 느껴졌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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